…왜 버리지 못하는 걸까….

세츠나, 부실 열쇠 반납하고 왔어~
어? 그거 세츠나의 연습 노트야?

네?! 어떻게 아셨어요?!

그야 표지에 “연습 노트”라고 적혀 있으니까.
세츠나가 쓰고 있는 노트라면
엄청난 비밀이 빼곡하게 적혀 있겠는걸.

아뇨, 그렇지 않아요.
이건… 버릴 생각이라서….

어? 왜?

이 노트는 제 잘못된 고집만이 가득한 물건이니까요.

무슨 뜻이야? 연습 노트… 맞지?

네. 당신이 여기 오기 전…
예전 동호회 시절에 쓰던 거예요.

아시다시피 저는 제 고집을 다른 멤버들에게 강요해서
동호회를 망쳐버린 적이 있어요.

그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 노트랍니다.

그러니까 이건 존재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에요.

그렇구나….
세츠나가 버리고 싶다면 말리진 않을게.
그런데 잠깐만 보면 안 될까?

난 그게 실패를 상징하는 것 같진 않거든.

[Fade in/out.]

세츠나, 미안!
바로 말을 뒤집는 것 같지만,
이 노트는 버리면 안 돼!

어째서죠?
여기에 적혀 있는 내용은 제멋대로인 강요뿐이에요.
당신이 적어주는 노트와는 다른걸요.

아니, 그렇지 않아. 내 노트와 똑같은걸.
이 노트에는 모두를 향한
세츠나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어!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빼곡히 적을 수 없지.
그러니까 절대 버리면 안 돼!

하지만….

아무리 “사랑”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되는 부분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저는 그 선을 넘고 말았죠.
없었던 일로 할 순 없어요.

그럼… 이건 내가 갖고 있을까?

네?

난 이 노트에 담긴 세츠나의 “사랑”이 버려지는 건 싫어.
하지만 세츠나가 버리고 싶다면, 대신 내가 간직할게.

당신이요…?

응. 그래도 될까?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당신이 보관해 준다면….

정말 고마워요.
제 마음을 소중히 여겨 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