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카가와 나나는 학생회장으로서….

다들 좋은 아침. 나나, 드디어 공개 토론회 날이 왔네.
어젯밤엔 잘 잤어?

좋은 아침입니다. 사실 굉장히 긴장돼요….
스쿨 아이돌로 무대에 섰을 때도
이렇게 긴장한 적은 없었는데….

아니, 공개 토론회는 또 뭐야?!
카나타 깜짝 놀랐어. 이런 것까지 하는구나~

적나라하게 평가받는 자리이니… 무서울 수밖에 없죠.

게다가 이거 교내 방송으로 나오는 거지?
우린 나나를 응원하고 싶은데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게 아쉬워.

나도 그래.
그러니까 점심시간에 다 같이 식당에 모여서 보자.

응, 그게 좋겠다.

우리 모두 응원할게!
알았지?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항상 곁에 있다는 걸 잊지 마.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역시 세츠…가 아니라,
나나 선배를 응원하려면 소설이랑 DVD 같은 걸 쌓아서
필승을 기원하는 제단이라도 만드는 게 좋을까요?

제… 제단이요?
어떻게 생길지 궁금하긴 하네요… 앗, 이게 아니지!
그런 건 안 해도 돼요!　

에이~ 사양하지 마세요~

제단 사진 찍어 놓을게.
리나보드 [번뜩!]

아니, 정말 그럴 필요 없다니까요!

걱정하지 마!
우리가 귀엽게 꾸며 줄게~!

그러니까 제 말은
제단 자체가 필요 없다는 뜻이라고요!
어휴, 벌써 토론 시간이 다 됐는데~!

후후. 어때, 긴장이 좀 풀렸지?
이제 괜한 불안감은 떨쳐 버리고 토론에 나갈 수 있겠네.

네…? 아, 네. 그런 것 같아요.
한결 숨쉬기가 편해졌어요!

나나, 걱정 말고 다녀와!
우리 모두 응원하며 보고 있을게!

[Fade in/out.]

드디어 학생 여러분에게 제 생각을 설명할 자리가
마련되어 기쁩니다. 오늘은 서로 최선을 다하죠.

아, 네. 잘 부탁드려요, 미후네 양!

(미후네 양,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이네요….
저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어요…!)

그럼 지금부터 니지가사키 학원 학생회장 입후보자들의
공개 토론회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후보자 두 분도 잘 부탁드립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먼저 미후네 시오리코 후보께서
토론을 보고 계시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니지가사키 학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새로 학생회장에 입후보한 1학년,
미후네 시오리코입니다.

이런 시기에 굳이 입후보한 이유는
우리 니지가사키 학원을
더 좋은 학교로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훌륭하지만,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여러분 모두가 성공을 체험함으로써
자신감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학교로 만들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나 성공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3년 동안 최대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좋은 성적이 나오면 누구든 기쁘고 자신감이 생기고,
또 남에게 칭찬을 받으면 뿌듯해지죠.
이는 여러분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어 줄 것입니다.

학교생활은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장래를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죠.
본인도 모르던 적성을 찾아 함께 고민하며 키워 갑시다.

처음에는 자기 뜻과 맞지 않더라도
점차 가능성이 보이게 되면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께 약속합니다. 제가 학생회장이 되면
여러분이 장래에 빛을 발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나카가와 나나 후보께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 네!

(어떡하면 좋죠…. 저, 전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은 걸까요?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미후네 양은 정말 대단해요. 하지만 저는…)

나카가와 후보? 뭔가 문제가 있으신가요?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나카가와 나나입니다.
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학생회장으로서 일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여러분께 동의를 얻어 학생회장이 된 이후,
저와 학생회 임원들은 힘을 모아
더 나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활동해 왔습니다.

제가 만들고자 하는 니지가사키 학원은…

(제가 다니고 싶은 학교….
누구나 즐겁게 3년간 지낼 수 있는 곳…)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학교입니다.
고등학교 생활은 인생에서 고작 3년이지만…
오직 이 3년 동안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정말 좋아하는 일에 집중했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하고 싶습니다.

(맞아요, 제가 3년간 지내고 싶은 학교는
좋아하는 것을 방해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곳이에요…!)

감사합니다. 이어서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두 분은 앞으로 나와 주세요.

나카가와 후보, 제 일방적인 요청으로 시작된 일이었는데
이렇게 재선거 요청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을
전부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안정감 있는 학생회 운영도 충분히 합격점이니까요.

그런가요….

그것까지 고려해 감히 말씀드립니다. 당신의 목표,
즉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학교'는
진정한 의미로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령, 재능은 없지만 검도가 좋아서 검도에만
매진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거죠?
운동 특기생으로 진학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마음껏 검도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한 경험이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렇게 생겨난 자신감은 어떤 것이죠?
과연 어디에 도움이 될까요?
힘든 순간에 '그때는 더 노력했다'며 추억하기 위한 건가요?

그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본인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좋아하는 검도가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길을 고등학생 때부터
모색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나요?

효, 효율만으로 결정하는 건
너무 삭막하지 않나요…?

그렇게 감성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성공적인 장래를 거머쥘 지름길을 3년에 걸쳐
제시하는 쪽이 더 중요하죠.

그래선 학교생활이 너무 무미건조하지 않을까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무엇보다도 큰 원동력이 됩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좋아하는 일에
제대로 몰두하고 있나요?

네…?

학생회 일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
둘 다 어중간하게 하고 있진 않습니까?
본인조차 실천하지 못하고서야 무엇을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그, 그건….

학생회장은 모름지기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당신의 말에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왜 그러시죠? 이건 토론회입니다.
제 발언에 반론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윽….

어떻게 대답하든 지금 당신이 하는 말에는
아무 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