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제 뭘 할까?

난 이참에 세츠나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어.

네? 제 비밀이요?! 제 비밀은
다들 잘 아시지 않나요…?

네 정체가 학생회장이라는 건 별로 상관없어.
넌 너니까.

내가 궁금한 건 그런 게 아니라,
스쿨 아이돌 유키 세츠나의 비밀이야.

네에? 그렇게 말씀하셔도 딱히 비밀 같은 건 없어요!

네가 평소에 뭘 하는지 알고 싶어.
거기에 뭔가 비밀이 숨어 있지 않을까?

평소에….

세츠나의 비밀… 저도 궁금해요!

세츠나가 가진 스쿨 아이돌로서의 표현력은 타고난 것인지,
뭔가 특별한 훈련을 한 것인지….

맞아! 시즈쿠도 궁금하지?

궁금해요!

으으음… 어, 어떡하죠…?

세츠나가 평소에 하는 걸 하는지
이 두 사람한테 보여주면 어때?

그건 좀… 어떨지 모르겠네요.

얘들도 궁금한 것 같으니까,
잘 설명해 주면 말 상대가 생길지도 모르잖아.

말 상대… 그럴 수도 있네요.
아닌 것 같으면 중간에 그만두면 되니까요.

제 비밀을 가르쳐 드릴게요!

[Fade in/out.]

…그래서 저희가 왜 선배 방에 와 있는 거죠?

자, 세츠나. 녹화해 둔 DVD야.

고마워요.

에~ 어흠. 카린, 시즈쿠. 지금부터 두 사람에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DVD를 보여 줄게요. 제가 이 작품에
빠진 건 2년 전… 어느 추운 날이었어요.

벌써 폭주하기 시작했네. 세츠나, 이야기가 너무 길어.
됐으니까 어서 DVD나 보여 줘.

여기에 네 퍼포먼스의 비밀이 있는 거잖아?

앗,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말을 쏟아냈네요.

맞아요.
저는 이 작품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고 있어요!

꿀꺽… 단 하나도 놓치지 않을게요!

그래요, 시즈쿠!
한 컷도 놓치지 말고 봐주세요!

그럼 재생한다~

[Fade in/out.]

아… 아앗, 그럴 수가….

…….

알아요. 저도 그 마음 이해해요.
당신 말이 맞아요.

저도 당신 입장이라면 그렇게 말할 거예요.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요.
이건 논리가 아니라구요.

아아… 이 장면은 언제 봐도 가슴이 아파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데 어긋나 버리는 딜레마.

더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 사람 앞에 서기만 하면
너무나 무서워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거죠!

세츠나, 네가 좋아하는 DVD라는 게 이 애니메이션이야…?

이거 아마 라이트노벨이 원작이죠?
그새 애니메이션이 나왔군요.

세츠나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애니메이션….

카린! 시즈쿠!
단순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이 작품에서 용기와 노력할 의지를 얻고 있어요!
이거 보세요! 이 장면!

이렇게 심한 말을 들으면서까지 묵묵히 따라가잖아요….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그 자리에서 결별할 법도 한데 말이죠.

하지만 이 사람이 괜히 이런 억지를 부릴 리가 없다,
분명 뭔가 사정이 있을 거라고 믿고
군말 없이 힘을 보태려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까지 굳건한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마 여기 나오지 않은 수많은 일화가 있었을 거라고
이 장면을 통해 추측할 수 있죠!

그렇군요….

하지만 조금 전에는
이 주인공 때문에 파티가 와해됐잖아.

지금 남은 멤버만으로는 보스전도 못 가는 거 아니야?

지켜봐 주세요… 여기요! 왔어요!

한때는 서로 다투고 헤어지더라도,
그걸 뛰어넘는 믿음이 있으면 버림받지 않는 거예요~!

굉장히… 작위적인 전개 같은데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을 때
그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굉장히 기분 좋지 않나요?

하긴… 어차피 그렇게 될 줄 알아도
통쾌한 맛은 있지.

클리셰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저는 굉장히 좋아해요.

자, 이대로 마지막까지 달려 보자구요~!!

[Fade in/out.]

훌쩍… 훌쩍, 너무 재미있었어….

으으, 카린, 저도 휴지 주세요… 훌쩍,
세츠나, 애니메이션이라고 솔직히 무시했어요.
죄송해요, 정말 최고예요.

그 주인공이 자꾸 억지를 부리는 이유가
현실 세계에서 입은 부상 때문이라니….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한 꿈을 가상 세계에서
이루고 싶었던 거라니 미워할 수가 없잖아.

꾸준히 주인공의 회복을 돕던 동료가
현실 세계에서는 매니저였다니….

현실 세계에서는 그의 부상을 어떻게 해 줄 수 없지만,
게임 속에서라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세츠나는 계속 유키와 함께했던 거군요… 훌쩍.

다… 단숨에 끝까지 봐 버렸네요… 5시간, 총 13화….

제, 제가 좋아하는 것을 영업할 기회가 오니까
또 폭주해 버렸어요…! 여러분! 죄송해요!!

괜찮아, 세츠나. 오히려 고마워.

그들의 스토리는
지금의 우리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어.
네가 곁들인 해설도 재미있었고.

맞아요. 세츠나의 열정적인 해설은 설득력이 있어요.
덕분에 우리도 점점 빠져들었어요.

세츠나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남한테 전달하는 힘이 있구나.

맞아. 세츠나의 말이나 손짓, 발짓은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면이 있어.

하지만 결국은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
세츠나 본인이 대상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게 비결이었네.

사람의 공감을 얻는 능력이군요. 하나 배웠어요.

저도 관객들에게 이런 식으로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기, 기분 나쁘거나 하진 않아요?

전혀!

다행이야, 세츠나. 앞으로는 다 같이
즐겁게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네.

아, 네, 저도 기뻐요.

참, 여러분.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 소설을 학생회실에 숨겨 뒀으니
원하시면 빌려 드릴게요!

너, 학생회실에 그런 걸 놓고 다녀?!

그러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저희 집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같은 게
금지라서 놔둘 수가 없어요.

오늘 본 애니메이션도 방송 때마다 녹화를 부탁했던 거고….

아하, 그래서 선배 집에서 상영회를 한 거군요.

네, 맞아요.

그렇구나. 세츠나도 고생이 많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 이제는 알겠어!
무슨 일 있으면 우리 집에서도 맡아 줄 테니까 얘기해.

저희 집에서도 맡아 드릴게요!
녹화 같은 것도 가능하니까 말씀해 주세요!

카린, 시즈쿠…!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