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합니다.

어서 와, 휴일에 보자고 해서 미안해.
아무 데나 편하게 앉아.

먼저 질문 하나 해도 될까?
부탁할 게 있다고 했는데, 내 능력으로는 어렵지 않아?

그렇지 않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너니까 부탁하고 싶은 거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 3학년 공부는 모르는데….
엠마나 카나타한테 부탁하는 게 낫지 않아?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곧 시험이니까 공부를 가르쳐 달라는 거 맞지?

아니, 그런 거 아냐!

어, 그래?

오히려 네 말을 듣고서야 시험 생각이 났어….

잊고 있었다니… 얼마 안 남았잖아?
이번에는 자신 있나 보네?

너도 참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구나.
내가 공부에 자신이 있을 것 같아?

아니, 그렇게 당당하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방금 규칙을 하나 정했어.
이 방에 있는 동안 공부 얘기는 금지야, 알았지?

아하하… 알았어.

그럼 부탁할 게 뭔데?

내가 아마추어 모델을 하는 잡지에서
이번에 그라비아 특집을 싣게 됐어.

뭐어?! 괴, 굉장하다!
카린 특집이라니 어마어마한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밀어주는 건 처음이긴 해.

그만큼 카린이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지.

이것도 다 그 PV 덕분이야.
그걸 본 독자들이 편집부에 메일을 보낸 모양이더라.

PV는 그냥 계기에 불과해.
카린이 매력적이라는 걸 사람들이 드디어 깨달은 거지.

넌 참 말을 예쁘게 한다니까.

특집 말인데,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정해 달라고
편집부 직원이 그러더라.

그런데 나 혼자서는 독자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그때 딱 네 얼굴이 떠오른 거야.

그럼… 나도 카린 특집의 내용을 생각해도 되는 거야?!
우와~ 굉장하다!!

있잖아, 잡지사에 메일을 보낸 사람 중에는
카린의 매력을 아직 일부밖에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러니까 카린의 매력을 전부 보여 줘야 해!
그런 기획으로 하자!

지, 진정해. 나도 이런 요청을 받은 김에
나 자신을 전부 보여 주고 싶긴 해.

하지만 스쿨 아이돌이 아니라 아마추어 모델일 때의
내 모습을 어떻게 보여 줘야 좋을지 모르겠어.

하긴… 듣고 보니 그렇네.
그래도 스쿨 아이돌인 카린을 보고 메일을 준 거니까…

우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내용으로 짜고 싶은데…
아, 이런 건 어때?

카린이 스쿨 아이돌일 때의 모습으로 시작해서
점점 꾸밈없는 모습으로 변해 가는 컨셉은 어떨까?

내가 스쿨 아이돌일 때의 모습에서 꾸밈없는 모습으로….

후후… 응, 재미있을 것 같네.

카린 하면 '열정'이잖아.
그 점도 의상 같은 데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머, 나 하면 '섹시함' 아냐?

난 요즘 들어 깨달았거든….
카린이 정말 섹시한 건 맞지만,
그건 결국 열정에 뒷받침되고 있다는 걸 말이야.

왜냐면 원래도 몸매가 정말 좋은데 매일 꾸준히 노력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끈기도 있으니까.

승부욕이 강한 모습도 숨기지 않고
최선을 다해 부딪치는 점까지
전부 포함한 게 카린의 매력이야!

너, 너도 참, 부끄럽게 왜 그래….
난 쿨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단 말이야….

으음, 별로 쿨하지 않다는 건
이제 다들 눈치챘을 것 같은데….

뭐어?! 부, 부끄러워라…!

그러니까 그런 점까지 다 포함해서 카린의 매력이라고!
지금이야말로 당당하게 가슴을 펴!

너, 좀 건방지다~?!

[Fade in/out.]

…좋아, 편집부 직원에게 기획 개요를 메일로 보냈어.
이게 통과되기를 기도하자.

무조건 된다니까!

후훗, 그래. 너랑 같이 생각한 거니까.

카린은 정말 한결같네.

응? 한결같다니, 무슨 뜻이야?

스쿨 아이돌 활동을 할 때도, 아마추어 모델 일을 할 때도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야.

딱히 의식해서 그러는 건 아닌데….

하지만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뭐래도 난 열정적이라는 것 같으니까.

아하하, 드디어 인정했네!

있잖아, 카린은 나중에 본격적으로 모델 일을 할 거야?

장래에 대한 건 아직 잘 모르겠어.

하지만 사람들 앞에 서서 나를 보여 주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 그러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고.

스쿨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그 점은 명확해진 것 같아.

그렇구나… 장래를 대비해서 자신을 발전시키는 건
정말 멋진 모습인 것 같아.

한 학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왠지 엄청 어른스러워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