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랑 놀러 갔다 오니까 기분이 조금 나아졌어.

하지만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네.
나다운 퍼포먼스도 그렇고… 엠마에 관한 문제도 그렇고.

어머, 뭐지….

…어? 뭐라고?!

[Fade in/out.]

카린~ 카나타 여기 있어~

헉, 헉, 헉….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는데.

하지만 엄청난 사건이라고 하길래….

엄청난 사건인 건 맞지.
왜냐하면 오늘은 하루카가 라이브를 하는 날이니까~

뭐어?!

표정을 보니… “뭐야~ 고작 그런 거였어?”라고 생각했지?

미안하지만 난 놀 시간이 없어….
생각할 게 있으니까.

괜찮아, 괜찮아. 카나타를 믿어.
달려올 만한 가치가 있는 엄청난 사건이자
중대한 일인 건 확실하니까. 자, 가자~!

[Fade in/out.]

카린, 카린. 우리가 일등이야. 맨 앞자리를 잡았어!
맨 앞 줄에서 볼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카린, 이거 받아.

야광봉이야?

응, 하루카를 응원하려면 필요하니까.

카나타는 되게 신났네.

카린도 금세 빠져들 거야!
카나타가 보장할게! 아~ 언제 시작하나~

여러분! 오늘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너무 기뻐요!

오늘은 마음을 담아서 정성껏 노래할게요.
여러분께 저희 마음을 전해 드릴 테니
마지막까지 즐겨 주세요!

꺄악~ 하루카! 하루카~~~!!

러블리 하루카! 러블리 하루카!
하루카! 우주에서 제일 귀여워~!

자, 카린도 같이 외쳐 봐!
우리가 온 힘을 다해 응원하니까
스쿨 아이돌도 눈부시게 빛날 수 있는 거야!

아, 알았어.

러블리 하루카! 러블리 하루카! 시작!

러, 러블리 하루카! 러블리 하루카!

꺄악!

[Fade in/out.]

아아… 하얗게 불태웠어….
기분 좋은 피로감과 만족감… 정말 최고야….

평소에는 상상도 못 할 만큼 기운이 넘치네.
카나타는 그렇게 큰 소리도 낼 수 있었구나.

카나타만 그런 게 아냐.
주변 관객들이랑 카린도 큰 소리로 응원했었잖아.

정말 대단하지? 여기 있는 사람들 숫자는
다 합해서 50명 정도일텐데,
그렇게 큰 성원이 일어나다니… 후훗.

…그러게. 무대의 열기를 받아서
온몸이 저릴 정도로 땀이 나고…
어느새 하루카밖에 눈에 안 들어왔어….

하루카가 즐거워하면서 퍼포먼스도 점점 좋아지는 걸 보고
아~ 우리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하고 감동했어~

응… 나도 느꼈어.
하루카가 바로 눈앞에 있는 듯한 존재감…
여기 있는 사람들과의 일체감….

카린, 관객으로 라이브를 보러 온 건 처음이야?

…응. 이런 식으로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

그동안 안 본 게 너무 아깝다!
이런 방식으로 스쿨 아이돌을 즐기는 것도 괜찮아~
얼마나 신나는데!

카나타 말대로 정말 즐거웠어.
이렇게 신날 줄 몰랐네….

…….

나도 이런 라이브를 할 수 있을까…?
내 라이브를 보러 온 사람들은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언니~!

하루카! 수고했어~!! 정말 멋진 무대였어~!

에헤헤, 보러 와 줘서 고마워.
카린 언니도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최고의 라이브를 보여 줘서 고마워.
너무 즐거워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네.
나도 하루카의 팬이 됐어.

네, 네에?! 우와… 감사합니다!
정말 기쁘고 힘이 나요!
저도 카린 언니의 팬이에요!

잠깐, 잠깐. 뭐 하는 거야, 카린.
우리 하루카를 유혹하려고 하지 마~

어, 언니, 부끄럽게 왜 그래!

부끄러워할 거 하나도 없어! 이것만은 양보 못 해!

정말~ 난 그럼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이만 가 볼게.

[Fade in/out.]

카린, 표정이 복잡해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하루카의 라이브를 보고 좀 깨달은 게 있어서….

카나타한테 말해 봐.

나, 엠마랑 싸웠어.
엠마한테 정곡을 찔리는 바람에
감정이 격해져서….

그래도 난 틀리지 않았다고,
내가 선택한 길이 옳다고 믿었어.

하지만 아무래도 엠마 말이 맞는 것 같아.
난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안 들어왔었나 봐….

무대는 스쿨 아이돌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만드는 거였어.

그런데 나 혼자서 공연장을 지배하고 있는 양…
정말 착각도 유분수지.

엠마가 아니라도 기가 찰 만해…. 한심해 죽겠어.

미안,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해도 곤란하지?
난 이만 가 볼게….

잠깐만. 카린은 혼자 있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안 돼. 카나타는 안 보내 줄 거야.

있잖아, 우울할 때는 혼자 있으면 안 돼.
오히려 점점 수렁에 빠질 뿐이야.
그래선 아무것도 해결이 안 돼.

카린, 조금만 더 시간 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