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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22 Ep. 8: 홀로 웅크린 디바

아이의 부탁으로 미아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동호회 멤버들. 전에 배가 고파 쓰러졌던 미아를 도와줬을 때 그녀에게 공감한 리나는 짐작이 가는 곳을 찾아가 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아의 과거를 듣게 되는데….

리나

찾았다.

미아

…리나, 뭘 찾았다는 거야?

리나

미아가 없어졌으니까 같이 찾아달라고, 아이가 부탁했거든.
부활동에도 수업에도 안 나가고 있다며?
다들, 걱정하고 있어.

미아

…신곡을 못 내놓고 있으니 걱정할 만도 하겠네.

리나

신곡? 그런 얘기는 못 들었어.
아이도, 카린도, 시오리코도, 우리도
모두 미아가 안 보여서 걱정하고 있는 거야.

미아

곡도 못 쓰는 나를 왜 걱정하는 거야?
곡을 쓰지 못하는 미아 테일러에게 그럴 가치는 없잖아.

리나

…걱정하는 데 가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
안 보이면, 걱정이 돼. 그냥 그것뿐이야.

미아

나한테는 필요해!
나는 테일러 가문의 일원이니까
그에 걸맞은 가치가 있어야 한단 말이야…!

리나

…….

미아

왜 내 옆에 앉는 거야?

리나

앉고 싶으니까.

미아

괜한 동정은 하지 마.

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니까 동정할 수 없어.

리나

그러니까 말해 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미아

…shit!

미아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내 혼잣말.
도중에 끼어들면, 더 이상 얘기 안 할 거야.

리나

…….

미아

갑자기 곡을 못 만들게 됐어.
아무리 노력해도 내 이상에 맞는 음악이 되질 않아.

미아

지금까지는 모든 걸 숨 쉬듯이 할 수 있었어.

미아

자료를 모으고 냄새를 분별해서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짜 맞추면
화제에 오를 만한 곡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었지.

미아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안 돼.
시즈쿠가 동호회에 돌아갈 때 했던 라이브…
그걸 보고 나서 모든 게 이상해졌어.

미아

대단할 거 하나 없는 곡이었어.
세련되지도 않고, 수준도 유치하고…
내가 만든 곡이 완성도가 몇 배는 더 높았지.

미아

그런데 시즈쿠의 노랫소리가 더해지니
전혀 다른 곡으로 들렸어….

미아

곡을 만들 수 없다니.
난 절대 그래선 안 되는데.

미아

난 항상 최고의 곡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런데….

리나

저기….

미아

끼어들지 말라고 했잖아!

리나

아으, 미안. 그치만 듣고만 있을 순 없었어.
약속을 어겨서 미안해.

리나

미아가 그동안 계속 괴로웠다는 건 알았어.
괴로움을 안고 있는 건, 힘든 거야.

리나

하지만, 있을 곳이 없다거나, 가치가 없다거나…
그저 곡을 만들지 못한다고 해서, 왜 그렇게 되는 거야?
그렇지 않….

미아

그저, 라고?!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리나

미, 미안해.

미아

리나는 이해 못 해.
음악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테일러 가문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기대, 그 일원이라는 무게감….

미아

나에게 음악은 족쇄일 뿐이야.
정말 진저리가 나.

리나

정말 음악이 싫으면 그렇게 멋진 곡은 만들 수 없어.

미아

만들 수 있어. 난 천재니까.

리나

아니, 그렇지 않아. 미아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단지 음악에 즐거움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분명….

미아

즐긴다고…? 그런 건 무리야.
난 그런 태평한 마음가짐으로 음악을 대했던 걸
진심으로 후회했으니까.

리나

…왜?

미아

전에 나보고 노래는 안 부르냐고 한 적 있지?

리나

으, 응.

미아

예전에는 불렀었어.
노래하는 게 정말 좋아서 매일 불렀지.
가족들은 마치 천사의 노랫소리 같다며 칭찬해 줬고.

미아

가족 다 같이 무대에 서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말도 들었지.

미아

그 날은 쉽게 찾아왔어. 테일러 가문이 여는 콘서트에서
내가 노래를 부르게 됐지.
정말 많이 기대했었어. 그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말이야.

미아

관객들이 내 노래를 기다린다는 생각에,
난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무대에 올랐어.

미아

…그거 알아?
설레는 마음은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는 거.

미아

수천 개나 되는 눈이 나를 바라보며
테일러 가문의 새로운 디바를 고대하고 있었어.

미아

…지금까지 단순히 음악을 즐기기만 했던 내가
과연 이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미아

그런 상황에서도 당당히 노래했으면
난 새로운 디바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겠지만…

미아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어.
다리가 떨리고, 들려오는 건 내 거친 숨소리뿐.
넘어지지 않도록 애쓰며 무대에서 내려오는 게 한계였어.

리나

그런….

미아

난 음악의 축복을 받은 테일러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한 거야.

미아

그래서 오명을 씻기 위해 노래 이외의 다른 길을 모색했고,
다양한 시도 끝에 지금에 이르렀어.

미아

뭐, 이 길도 나쁘지 않았어.
내 곡에 전 세계가 열광하니까.
테일러 가문의 체면도 지킬 수 있고.

미아

이제 알겠지?
즐긴다는 어설픈 마음으로 음악을 할 수 없는 이유를.

미아

뭐, 그런 어설픈 마음이 아니어도 이 모양이지만.
자신의 정체성도 잃고, 곡도 만들 수 없게 되어버렸어….

미아

정말로 가치가 없어져 버린 거야.
…이제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리나

나는… 나한테는 필요해!

리나

난 미아가 만드는 곡에 관심이 있어.
그리고 나도 햄버거랑 게임을 좋아해.
공통점이 두 개나 있으니까 우리 친구가 되자.

미아

결론이 왜 그렇게 돼? 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리나에게
한심한 꼴을 보였어. 그러니까 리나는 한심하다고 여겨도 돼.
그냥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하고, 그걸로 끝내줘.

리나

아니야. 그런 모습을 보여 줬다는 건…
그건, 사이가 깊어졌다는 증거야.

미아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어떻게 해석하면 그렇게 되는데?

리나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미아는 많이 고민하고 극복하면서
그걸 자기 마음속에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아 뒀어.

리나

그건 마치 미아의 곡을 닮았어.
미아의 곡은 굉장히 다양한 소리가 겹쳐져 있잖아.

리나

헤드폰으로 들어도 모를 정도라서
전용 프로그램으로 열어 보지 않으면
찾아내지 못하는 소리까지.

미아

…….

리나

하지만 귀에는 안 들려도 그 소리가 없으면
내가 좋아하는 미아의 곡이 아니게 돼.

리나

그거와 마찬가지야. 미아가 쌓아 둔 마음이 없었다면
그것도 미아가 아니야.

리나

들리지 않는 소리도, 가두어 놓은 마음도
다 없어선 안 되는 거야. 그게 없으면…
미아의 곡이 아니고, 미아 자신이 아니야!

리나

있잖아, 이건 우리 부장이 만드는 곡이랑 비슷해.

리나

그 사람이 만드는 곡에는 우리 마음의 소리가 들어 있어.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그런 마음의 소리가 잔뜩 담겨 있어.

리나

미아의 곡도 마찬가지라서,
나, 미아의 곡이 좋은 것 같아.

리나

미아의 곡에는, 알아채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미아의 마음의 소리가 잔뜩 담겨 있거든.

미아

그런…걸까…?

리나

그래! 역시 미아는 대단해!
나, 미아의 곡이 정말 좋아!

미아

으, 으으… 으아앙~!

[Fade in/out.]

미아

훌쩍… 훌쩍….

리나

휴지 여기 있어.

미아

한 장 더 줘….

리나

다 썼어. 가져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미아

나… 이제 걸을 수 있어….
계속 여기 있어 봤자 달라질 것도 없고,
휴지는 그냥 통째로 필요하니까 같이 갈게.

리나

알았어. 가져올 테니까 여기 있어도 돼.

미아

…왜?

리나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나도 그래.

미아

흐응… 공통점이 세 개가 됐네.

리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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