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다른 의견은 없어?

음~ 이젠 생각이 안 나.

우선 한번 정리해 보자. 지금까지 어떤 의견들이 나왔더라?

깃발을 만들어서 근처를 지나가는 비행기나 배를 향해 흔든다.
바닷가에 SOS라는 글자를 크게 써 놓고 연기를 피운다.
그 밖에 또 뭐 있었지?

뗏목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현실성이 없을 것 같으니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지금 나온 의견들도 딱히 효과가 있다고 하긴 어렵겠네.

그런가? 조난됐을 때는 보통 이렇게 하지 않아?

생각해 봐. 이 섬에 와서 한 번이라도
비행기나 배가 지나가는 걸 본 적 있어?

…! 그러고 보니 그렇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역시 섬 밖에서 데리러 올 때까지
숨어 있는 게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이것저것 막 상상하며 불안해지니까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

조금 이르지만 잠을 자는 건 어때?
눈을 뜨면 내일이 되어 있지 않을까~?

자는 사이에 습격당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리고 누구나 다 카나타 선배처럼
몇 초 만에 잠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특히 섬세한 카스밍은…
불안감 때문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단 말이에요… 훌쩍.

모든 걸 잊고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침착하던 카린마저 저렇게 아련한 눈빛으로….

카린. 옳지, 옳지, 괜찮아.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항상 곁에 있어 줄게.

엠마…!!

뭐라도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면 카드놀이라도 할래?

넌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괜찮지 않을까? 딱히 할 일도 없고,
계속 생각해 봤자 이상한 상상만 할 것 같으니까.

응,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제 카드놀이를 못 했으니까
린은 도둑 잡기를 하고 싶다냥!

린이 한다면 나도….

또 할 사람~?

[Fade in/out.]

짝이 하나도 안 맞네… 아, 있다냥!
후후후~ 자, 아이가 뽑을 차례야♪

음~ 그럼 이거! 어디 보자… 오! 아이도 짝이 맞았어~
자, 다음은 카스밍 차례야.

운이 좋네요. 하지만 카스밍도 지지 않을 거예요. 에잇!

윽!!

아하하… 표정에서 다 티가 나네.

무, 무슨 소리야? 카스밍은 도둑 안 뽑았는데?

아하하, 이리저리 시선 돌리는 거 봐~

아, 아이 선배도 참~!
도둑을 갖고 있으면 그렇다고 말해 주셨어야죠!

어, 내 탓이야?!

카스미, 도둑 잡기를 할 때는 포커페이스가 중요해.

나도 알거든?

리나보드 빌려줄까?
리나보드 [조용~]을 사용하면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만들 수 있어.

그러면 카스밍의 귀여운 얼굴이 안 보이잖아!

꺄아아아악!!

뭐지?!

잠깐 보고 올게요!

나도 갈게.

[Fade in/out.]

안심하세요. 그냥 바람 때문인 것 같아요.

정말? 그렇다면 다행인데….

나, 왠지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으, 응. 자꾸 무섭다고 생각하다 보니
바람 소리를 목소리로 착각한 것 같아.

…아무것도 아니라 해도 신경 쓰이긴 하네.

있잖아, 차라리 동굴 앞에서 감시해 보면 어떨까?

무슨 소리예요!
그건 너무 결말이 뻔히 보이는 행동이라구요!

자기가 모르는 곳에서 좀비가 돌아다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별장 안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불안한 거잖아?

그렇다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에 있는 게
안심이 되지 않을까?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무조건 반대예요!
그건 드라마 같은 데서도 흔히 나오는 패턴이잖아요.

맞아! 다 같이 한 방에 모여 있으면 안전한데,
“살인범일지도 모르는 사람이랑은 같이 못 있겠어”라며
자기 방에 돌아갔다가 결국 다음 희생자가 되는 패턴이지!

이럴 때는 절대 혼자 있으면 안 된다니까!

하지만 동굴이 무척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에요.
노조미 말대로 감시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여기 남을 사람이랑 동굴에 갈 사람으로 나누죠.
여기 남고 싶으신 분?

저요, 저요, 저요!

카스미랑 니코네요.

뭐? 우리 둘밖에 없어?!
에리, 너 방금 손을 들려다 말았지?

어?! 그, 그렇긴 한데…
조금이라도 인원수가 많은 쪽이 좋을 것 같아서….

그럼 두 분은 별장에 남아 주세요.

자, 잠깐 기다려!

인원수가 너무 안 맞잖아요! 카스밍도 갈래요!

그럼 다 같이 가자.

어, 어쩔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