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왜 이렇게 안 써지지?

진로 희망 조사 같은 거, 예전에는 좀 더 쉽게 썼었는데….

나중에 바꿀 수도 있으니까 그냥 편하게 써 볼까….

아, 그래도 안 돼!

후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내일 다시 생각하자… 후아암….

[Fade in/out.]

그게 아니지~! 다리는 이렇게!

이, 이렇게요?

바로 그거야. 카스밍이 10이라고 치면 8 정도의
귀여운 포즈를 취할 수 있게 됐어, 시오코!

네! 감사합니다!

어머, 오늘은 너희 둘밖에 없어?

네, 다른 분들은 조금 늦으신대요.

카스밍은 쪽지시험을 여유롭게 통과해서 제시간에 왔답니다~!

마침 시즈코랑 시오코한테 배운 부분이 딱 나왔거든요.
선생님께도 칭찬받았어요!

카스미, 다들 쪽지시험을 못 봐서 늦는 건 아닌데요.

후훗, 둘 다 기운이 넘치는구나.

으음? 어라라? 카린 선배, 기운이 좀 없어 보이네요?
항상 매끈하고 윤기 나던 피부가 오늘은….

뭐?! 어머, 정말?!
아, 진짜 최악이야!

뭔가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글쎄, 고민이라기보다….

그럴 때는 카스밍이 얘기를 들어 드릴게요! 시오코도요!

카스미에게 걱정을 끼치다니 나도 아직 한참 멀었네.

아니, 그건 또 무슨 뜻인데요?!

후훗, 미안. 그럼 얘기 좀 들어 줄래?

진로 희망 조사서를 못 쓰겠어.

네? 제출 기한도 얼마 안 남았잖아요.

응. 생각은 하고 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혼란스럽고 그래서….

물론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에 불과하고,
내용도 중간에 바꿀 수 있긴 하지.
비현실적인 내용을 써도 선생님은 진지하게 봐 주실 테고.

그래서 과감하게 써 보려고는 하는데…
자꾸 현실적인 상상이 떠올라서
썼다 지우기만 반복하고 있어.

차라리 시오리코한테 적성을 봐 달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 아하하.

…적성을 알려 드릴 수는 있지만,
말씀을 들어 보니 카린은 이미 생각하는 게 있지 않나요?

카린이 커서 하고 싶은 일이 뭐죠?

글쎄… 작은 세계를 벗어나서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나는 계속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세계로 가고 싶었거든.

그 첫걸음이 아마추어 모델이었는데,
스쿨 아이돌을 시작한 뒤로 그 생각이 더 강해졌어.

나는 더욱더 멀리 가 보고 싶어.

모델로서 표현의 폭을 넓히고 싶어.
모델과 스쿨 아이돌을 둘 다 경험한 나이기에
할 수 있는 표현을….

네에~?! 정말 굉장해요!
카린 선배는 꼭 멋진 모델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되고 싶다고 해서 쉽게 될 수 있는 건 아니야, 카스미.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거든.

그렇죠… 꿈을 이루는 사람은 한 줌에 불과하다고 하니까요.
노력한 게 꼭 빛을 본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도 노력한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고,
카린은 지금까지 그만큼 노력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시오리코….

맞아요, 카린 선배! 게다가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면
호락호락해질 때까지 끈질기게 매달리면 되죠!

카스밍도 결국 카스밍이 귀여움의 정점에 설 때까지
노력할 거예요.

그런 카스밍에게는 장밋빛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호락호락하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어도
힘차게 나아갈 거예요!

의외로 씩씩한 면이 있구나, 카스미….

씩씩하다고 하지 마세요! 안 귀엽잖아요!

후훗, 미안.

카스미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리고 리나도 그랬지.
“안 해 본 일도 해 보고 싶으니까 도전한다”라고.

나한테 부족했던 건 '각오'였던 것 같아.

나도 도전할래. 내 장래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서도
고민하고 있을 시간은 없어.

둘 다 고마워. 선생님이랑 상의해 볼게.

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