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부탁만 해서 정말 미안해.

신경 쓰지 마세요.

부모님은 괜찮으시대?

네, 선생님한테도 허락받은 일이라 전혀 문제없어요.

학교에서 합숙하며 배경 음악을 만들게 돼서
오히려 약간 가슴이 설렐 정도예요.

그리고 역시 대본만 읽고 하는 것보다
직접 얘기를 들으면서 만들고 싶었고요.

선배는 저희 곡을 만들 때도
저희 얘기를 들으면서 만드시니까요.

응. 그런 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사실 내가 먼저 부탁하고 싶었을 정도야.

다행이다, 안심했어.
가뜩이나 무리한 부탁을 해서 걱정했거든.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이 많으니까
각 장면의 목적과 의도를 설명할게.

부탁드려요!

아, 그 전에…

일단 초안이 될 만한 곡을 만들어 왔는데 들어 보시겠어요?

[Fade in/out.]

…좋은 것 같아요. 작품 이미지에 딱 맞는 소리예요.

역시 대단한걸. 설마 한 번 만에 이렇게
완성도 높은 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어.

그래도 부장님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죠…?

얘기를 들려주세요. 납득이 가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든 수정할 테니까요!

고마워. 그럼 우선 내가 시즈쿠랑 둘이서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할 테니까 한번 볼래?

대본을 읽는 거랑 연기를 보는 건 또 인상이 다를지도 몰라.
그 부분을 의식하면서 봐 줘.

알겠습니다.

시즈쿠, 다른 배역들 대사도 외우고 있지?

물론이죠!

그럼 막을 올리자.

[Fade in/out.]

…굉장해요! 상상했던 거랑 다른 부분이 많았어요!

후훗, 그렇지?

이 부분이랑 이 부분은 배경음악을
완전히 바꾸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좀 더 소리를 섞어 보고 싶은데… 뭐가 어울릴까?

인물의 감정에 어울리는 소리…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Fade in/out.]

저 아이… 집중력이 대단하네. 항상 저래?

네. 선배는 완전히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든 것 같아요.

이대로 쟤한테 맡겨 두면 괜찮을 것 같네.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잠깐 밖에 나가 있을까?

네.

선배… 힘내세요!

[Fade in/out.]

…으음, 좀 더 이렇게 얽히는 듯한….

선배!

으악?! 아, 시즈쿠….

잠깐 쉬었다 하실래요?

뭐?…아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좀 뭐라도 챙겨 먹는 게 좋아.
한참이나 머리를 썼으니까.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네….

밥 있어요. 아까 부장님이랑 같이 사 왔거든요.
자,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후우, 맛있다.

맛있어요? 이거 신상품이라서 사 봤는데
입에 맞아서 다행이에요.

디저트도 있어.

우와, 신난다!

참, 내가 PV에 대한 감사 인사를 아직 안 했구나.

네? 고마워할 사람은 오히려 저희인데요?

아니, 고마운 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왜냐하면 그 PV는 우리도 변화시켜 줬거든.

네?

그 PV는 감동적이었어. 우리에게 용기와 힘을 줬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어.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연극은 이렇게까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부장님….

무의식적으로 타협했던 부분이 있었을지도 몰라.
어차피 학생이 하는 연극이고 부활동인데…
그중에서는 꽤 잘하는 편이라면서 말이야.

그래서 다시금 나 자신을 되돌아봤어.
난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 걸까 하고….

그리고 깨달았지. 계속 연극에 몸담고 싶고,
앞으로도 쭉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게 내 본심이야.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우선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도전해 보려고 해.
너희가 내게 그런 생각을 심어 준 거야.

그러니까 고마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아니에요… 그건 정말 전교생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탄생한 거예요.

그렇게 멋진 PV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여러분의 힘이 커요!

중심이 된 사람은 너잖아.

저는 그냥 여러분을 이리저리 휘두른 게 다인데….

선배! 저희는 선배의 감성을 믿어요! 전에도 말했잖아요?

으, 응….

그럼 선배도 믿어 주세요.

…앗, 지금 떠오른 것 같아! 배경 음악에 부족했던 부분이!
잠깐만 기다려 줘!

…후훗, 정말 믿음직한 애구나.

네, 부장님처럼 믿음직한 분이에요!

[Fade in/out.]

…어떠세요?

…말이 안 나올 정도야.

최고야! 최고의 배경 음악이라고!
내가 원했던 것 이상이야!

부장님, 저 이 음악에 맞춰 연기하고 싶어요.

얘, 네가 만든 곡이 우리 연기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지켜봐.
그럼 시작한다… 막을 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