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하겠습니다….

들어와, 들어와. 거기 앉아 있어. 지금 꺼내 올게.

영차.
자, 네가 읽고 싶어 한 만화책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있어.

우와아~!! 봐, 봐도 되나요?

물론이지! 오늘은 이것 때문에 우리 집에 초대한 거니까.
마실 것 가져올 테니까 읽고 있어.

감사합니다!

천천히 봐~

[Fade in/out.]

와아… 어떡해~…. 어, 그럼 안 되지!
휴…. 응, 그렇다면 다행이다…. 잠깐,
또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하다니~!

(후훗… 세츠나는 의외로 어린애 같은 면이 있구나.
생각하는 게 혼잣말이랑 표정으로 다 드러나)

하아… 멋있다….
이렇게 되면 평생 믿고 따라갈 수밖에 없잖아….

헉! 하지만…!!

앗! 깜짝이야. 무, 무슨 일인데 갑자기 소리를 질러?!

죄, 죄송해요! 제가 소리 내서 말했나요?

응, 아까부터 계속.

계속… 으으, 죄송해요.
늘 혼자 몰래 읽다 보니까
혼잣말이 버릇이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재미있게 읽네, 하면서 구경하고 있었어.

구… 구경하지만 말고 한마디 해 주시지 그랬어요~!

아하하, 미안. 네 혼잣말로 대충 어디쯤 읽고 있는지
짐작이 가니까, 나도 그 부분에서 같은 생각을 했었지~ 하면서
계속 듣게 됐어. 그래서 방금 소리친 건 뭐 때문이야?

저, 그게, 이 장면인데요, 여기서 멤버들의 결속이
굳어지잖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동료다!
뿔뿔이 흩어져도 원래 세계에서 반드시 찾아낼 거야! 라고요.

응, 응.

하지만 이 캐릭터는 이쪽 세계에선 가명을 쓰고 있으니까
헤어지면 찾아낼 단서가 없지 않나 해서요….
가명 같은 건 그냥 쓰지 말지… 으으….

듣고 보니 그러네…. 아, 세츠나.
이름 얘기가 나온 김에 물어보는 건데,
스쿨 아이돌로 활동할 때 왜 다른 이름을 쓰는 거야?

으음… 저희 집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가
금지라는 건 전에 말씀드렸죠?
실은 스쿨 아이돌에 관한 것도 금지거든요.

하지만 전 고등학생이 되면 반드시 스쿨 아이돌이 되겠다고
예전부터 마음먹었던 터라, 변장을 하고 이름을 바꾸면
들키지 않고 스쿨 아이돌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세츠나는 정말 스쿨 아이돌을 좋아하는구나….
사정이 그렇다면 나도 가능한 한 도울 테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상의해 줘.

감사합니다!

내친김에…
'유키 세츠나'란 이름의 유래 같은 건 있어?

유래는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라이트노벨이에요!
좋아하는 캐릭터에게서 따온 이름으로 활동하면
기운이 어마어마하게 솟아나요.

아하하핫, 그랬구나!
그 라이트노벨, 혹시 요즘 TV에서 방영 중이야?
유키랑 세츠나란 두 사람이 주인공인….

그거예요! 지금 한창 애니메이션 방영 중이란 말이죠~
부모님 몰래 녹화하는 게 어려워서
띄엄띄엄 볼 수밖에 없지만요….

괜찮으면 대신 녹화해 줄까?
그래서 우리 집에서 보면 되지.

네에?! 그, 그래도 돼요?!
정말 기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