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해했어요. 그런 이미지를 갖고 하면 되는군요.
이 스텝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세츠나.

아니에요!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세츠나, 오늘 혹시 피곤한가요?

네?!

…나도 신경이 쓰였어.
세츠나, 오늘은 좀 기운이 없지?
무슨 일 있어? 저번 라이브 때 피로가 아직 안 풀렸나?

아, 아뇨! 피로는 이미 다 풀렸어요! 아주 쌩쌩해요!

그럼 기운 없어 보이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야?

그렇게 얼굴에 티가 났나요…?
기운이 없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두 분이 보시기에 저번 라이브는 어땠나요?

미안, 난 그때 무대 뒤에 있어서….

아, 그랬죠! 죄송해요.

아냐, 나야말로 제대로 지켜보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객석을 잠깐 봤을 때는 다들 분위기가 엄청 뜨거웠어.

게다가 SNS에서도 좋았다는 후기가 많았으니까
내 생각에는 대성공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겠죠…?
제가 팬들의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전한 거 맞죠…?
제 생각에는 맞아요. 맞는 것 같긴 한데….

뭔가 신경 쓰여?

네… 기대에 부응했다고는 생각하는데 말이죠….

원래는 좀 더 열정을 불태워야 하는데,
아무래도 잘 안 돼서요.

이게 아닌데 싶어서…
그때부터 계속 마음이 편치 않아요.

기운이 없었던 이유가 저번 라이브 때문이었군요….

세츠나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군요.
어찌 보면 그건 당연한 거예요.
왜냐하면 세츠나가 평소에 하던 방식이 아니었으니까요.

네…? 제가 평소에 하던 방식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뜻이죠? 전 평소랑 똑같이….

평소랑 똑같지는 않았죠. 다른 사람의 '사랑'을
대변하려고 했으니까요. 타인의 마음에 공감했다고 해서
그걸 진정한 의미로 공유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

그, 그렇지 않아요! 제가 좀 더 팬들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사랑”한다는 마음은 전해질 거예요!

“제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한다”고요…?
그런 사고방식은 독선적이지 않나요…?

네…?

…아뇨, 제 말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니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세츠나의 생각도
실현할 수만 있다면 멋질 것 같으니까요.

…저는 그냥 세츠나가 평소대로 하는 라이브가 좋아서…
아니, 이러면 강요하는 게 되는군요. 넘어가 주세요.
그럼… 학생회 업무가 있어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의 “사랑”을 널리 알리고 싶을 뿐인데….

시오리코의 의견이 맞는 걸까요…?
제 생각이 독선적인가요?

저는 팬들의 “사랑”을 이해하고 전파할 수 있다면
분명 멋진 세상이 될 거라 생각해서….

나도 그건 멋진 세상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신곡의 방향성에도 찬성했던 거고.

시오리코는 제가 평소에 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했어요.
평소의 저란… 대체 뭘까요?
당신이 봤을 때 평소의 저는 어떤 느낌인가요?

어? 평소의 세츠나…? 글쎄….
역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인가?
세츠나가 “사랑”하는 걸… 아!

왜 그러세요?

…있잖아, 세츠나.
이번 곡 말인데, 정말 진심으로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불렀어?

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던 이유는
세츠나가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
노래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서….

그건… 저기, 제 노력이 부족했던 부분이니까…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할게요!
팬들의 마음을 더욱더 이해할게요!

세츠나는 팬들이 보낸 편지를 하나하나 꼼꼼히 읽었지?
추천받은 소설과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팬들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하며 눈을 반짝였고….

하지만… 세츠나 네가 마음을 빼앗긴 작품은 있었어?

…다 훌륭한 작품들이라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알았어요.
다만 저 자신이 마음을 빼앗겼냐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그 사람과 완전히 똑같은 마음이 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

시오리코가 했던 말이 그런 뜻이었군요….
맞아요, 전 팬들과 완전히 같은 마음이 되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그 상태로 노래를 부르고 말았죠….

제가 느낀 위화감의 이유가 그거였군요….

맞아….

…….

제 노래는 다른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저 자신의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는 걸
시오리코 덕분에 깨달았어요.

왠지 눈이 뜨인 것 같아요.
제 마음이 뜨거워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게 있죠!

그건 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다음에는 제가 “사랑”하는 것을 노래할래요!

다른 사람이 “사랑”하는 것도 알고 싶지만,
제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 “사랑”을 열심히 전하는 거죠!

응, 세츠나가 그걸 계속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도 세츠나처럼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말하는 세상이 될 거야!

난 세츠나가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주변 상황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열심히 얘기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