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저기, 내가 이러는 거… 다른 애들한테는
조금 이상해 보일까?

응?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 지금은 기운 없거나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떤 식으로 보고 있을까 생각한 거야.

선배랑 아이 덕분에
SNS를 봐주는 사람이 잔뜩 늘었어.
댓글도 많이 달아 줘서 기뻐.

리나보드가 갖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어.

리나보드는 내 솔직한 감정을
모두에게 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마법의 도구야.

하지만 다들 그런 사정은 모르니까 스쿨 아이돌을
하기 위해 쓰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얼굴을 숨기고 아이돌을 하는 건 역시 이상한 걸까?

전혀 그렇지 않아. 왜냐면 리나보드는 리나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발명품이잖아.

하지만 얼굴, 보고 싶어 하겠지….
나도 얘기할 때 모두의 얼굴을 보는 거, 좋아하는걸.

나도 예전엔 다른 애들이랑 얼굴을 보며 얘기할 수 있었어.
정말이야. 하지만 언젠가부터 가면 갈수록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게 됐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된 걸까? 이야기해 줄 수 있어?

딱히 이유는… 없는 것 같아.
아마 내 마음 탓일 거야.

마음 탓이라고?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일이 바쁘셔.
그래서 내가 크면서 점점
집을 비우시는 날이 많아졌어.

그래도 전화나 문자, 편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말을 걸어 주셨어. 그래서 사실 함께 밥을 먹고 싶어도,
함께 지내고 싶어도 참을 수 있었어.

아빠랑 엄마에겐 중요한 일이 있고,
그건 많은 사람을 돕는 일이니까
나도 힘내야겠다고 생각했어.

걱정 끼치지 않으려면 혼자서도 괜찮다는 걸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 뭐든 혼자서 할 수 있게 되었고,
주말이나 밤에 집에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아졌어….

그런데 혼자인 건 괜찮아졌지만, 아무리 재밌는 방송을
보거나 책을 읽어도 점점 웃을 수 없게 됐어. 얼마 안 가
학교 친구들과 얘기할 때, 즐거워도 웃음이 나오질 않았어.

그래서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잘 나눌 수 없게 됐고,
그러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더 알 수 없게 됐어.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었지만, 속내를 모르겠다거나,
화가 난 것 같다거나, 항상 진지한 얼굴로 말하니까
어딘가 거짓말 같다고 했어. 날 대하는 게 힘들다고 했어.

그래도 지금은 아이랑 알게 되고, 리나보드도 만들고,
선배랑도 알게 되고, 스쿨 아이돌이 되어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생겨서… 정말 행복해.

그래서 더 많은 사람과 알아가고 싶어.
만약 리나보드가 나쁘게 보인다면, 없애는 게….

리나가 정말 리나보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난 찬성이야.
그렇지만 지금 이야기했던 것처럼 리나보드는
이제 리나 그 자체가 되었다고 생각해.

팬들은 리나보드 너머로 전해지는
리나의 솔직한 감정을 느끼고 응원해 주는 거야.

그걸 한낱 도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리나의 라이브를 본 적이 없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오늘은 얼마 전의 솔로 이벤트 영상을
올려 보는 게 어때? 내가 찍어 둔 게 있거든.

영상….

리나보드를 없앨지 말지는
그 후에 다시 생각하자.

리나의 라이브를 보고 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아.

응… 그럴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