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참 이상한 소리를 하네. 들인 수고가 노래의 수준을
좌우하는 건 아니야. 노래는 초보가 만드는 것보다
프로가 만드는 게 당연히 더 좋잖아?

[Fade in/out.]

(확실히 프로가 만든 곡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

(어쩌면 저 사람 말처럼
멤버들의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에서 활동하는 게 좋을지도 몰라…)

(내가 지금까지 해 온 방법은
멤버들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 걸지도…)

저기….

앗?! 까, 깜짝이야. 시오리코구나.

죄, 죄송해요! 갑자기 불러서!

당신을 이런 곳에서 보니까 걱정돼서 그만….

응?

[Fade in/out.]

어서 오세요.
당신이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어요.

고마워. 잘 다녀왔어.

스쿨 아이돌부에 갔다 온 거죠? 란쥬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상상이 가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그 애가 심한 말을 해서 죄송해요.

왜 시오리코가 사과해?

저와 란쥬는… 사실 소꿉친구 사이거든요.
부를 설립하는 것도, 동호회 활동 금지도
제가 미처 막지 못해서….

그랬구나.
그래도 시오리코가 사과할 일은 아니야.
꼭 해결할 테니까 시오리코는 걱정하지 마.

저는 란쥬를 잘 아니까 더 걱정돼요….
옛날부터 그 애는 사교성이 떨어진다고 할까…
고집이 세다고나 할까….

아, 그건 저도 똑같네요.
학생들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강요했으니까요.
저희 둘은 닮은 꼴인 셈이죠.

그래도 시오리코는 상대를 위해서 그런 거였잖아?

그렇긴 하지만, 상대 입장에서 보면 똑같아요.

란쥬는… 화려한 외모, 넘치는 재능에 부유한 가정까지
누구나 부러워할 요소를 많이 가졌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본인은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요.

자기중심적이고, 고집 세고, 사람 신경을 건드리는 천재라서
저도 지금까지 얼마나 피해를 받았는지 모른다니까요.

아하하, 고생 많았구나.

그래도 이건 알아주셨으면 해요. 그 애는 나쁜 뜻으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정말 순수하게 자기가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할 뿐이죠.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란쥬 나름의 선의인 거예요.
그렇다고 제멋대로인 행동이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늘 저런 식으로 행동하다보니, 대부분의 상대는
이해하지 못하고, 경원시하게 마련이죠.
문제는 본인도 그걸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예요.

란쥬에 대해 잘 아는구나.

성격도 닮았고, 소꿉친구이기도 하니까요.
아유무에게 당신과 어떤 사이인지 들었을 때는
같은 소꿉친구인데도 너무 달라서 놀랐어요.

시오리코처럼 이해심 많은 친구가 있는 건
란쥬가 실제로는 착한 애라는 증거야.

시오리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란쥬는 내게 심한 말은 하지 않았어.
오히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사실을 지적받은 느낌이야.

반박할 수 없었어.
나도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런….

다들 그런 환경에서 활동하면 지금보다 더
실력을 쌓을 수 있을 거야. 그런 장소가 준비되어
있다는 건 엄청나게 축복받은 일이야.

그리고 나는 100년이 걸려도 미아처럼 곡을 쓰진 못하겠지.
그렇게 쉬지 않고 대단한 곡을 만들어 낼 수 없어.
미아의 곡은 누가 불러도 멋진 퍼포먼스가 될 거야.

난 멤버들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느낌이 왔을 때만 작곡할 수 있는데 말이야.
완전히 한 명씩 맞춤형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어.

내가 작곡 담당이 아니라면, 동호회 멤버들의 곡도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라이브도 더 할 수 있고
다들 실력이 좋아져서, 인기도 지금 보다….

…내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걸까?

동호회 멤버들이 스쿨 아이돌로서 더 빛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난 누구보다도 모두의 팬으로서
그 가능성을 응원하고 싶어.

난, 필요 없는 존재였을지도 몰라….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당신 없이는 이루지 못했던 게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기억하시나요?
전 동호회를 폐부시키려고 했던 사람이에요.
정말 유치한 수단까지 써 가면서….

그랬던 제가 지금은 스쿨 아이돌이 됐죠.
물론 동호회 멤버들이 저를 받아들여 준 것도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당신이 불러 줬기 때문이에요.

…완고하고 고지식한 저를 이렇게 바꿔 놨으니까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세요….

아하하, 그런 일도 있었지.
시오리코가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란쥬와 미아가 대단한 사람인 건 맞아요.
둘 다 태어날 때부터 축복받은 존재겠죠.

그래도 저는 당신이 만든 동호회가 좋아요.

시오리코….

부에서 하는 활동은 훌륭한 재능들이 모여 만들어낸,
정말 뛰어난 수준의 결과물이지만, 저는 당신과 함께
활동하는 여러분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저도 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러분이 동호회로 활동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 힘내세요.

그리고 언젠가 저도 다시 한번….

고마워, 시오리코.
가서 멤버들이랑 얘기해 볼게.
우리 애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거든.

[Fade in/out.]

이이익~~! 그런 무례한 말을 했단 말이에요?
그 제멋대로 아가씨가?!
선배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하지만 그런 말을 들어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했어.

선배도 그 사람들 못지않게 굉장해요!
선배가 없었으면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개최도 못 했을 거고,
선배가 만드는 곡은 세상에서 최고라구요!

적어도 카스밍한테는 그래요!

카나타도 네가 만드는 곡이 정말 좋아~

나도 그래. 네 곡은 모두 따뜻하고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서… 꼭 끌어안고 싶어지는걸.

너, 너무 지나친 칭찬이야!

아니, 이것도 부족할 정도야!
누가 뭐라고 해도 나한테는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이 아닌 선배가 부장이라서
힘낼 수 있었던 적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리고 당신이 있어 줬기 때문에
극복해 냈던 일도 많았어요!

우리 마음을 알아줘.
리나보드 [빠안~]

다들 정말 고마워. 진짜 기뻐.
하지만 란쥬가 말한 것도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해주는 건 고맙지만,
너희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 건 나니까….

아니에요, 그런 건….

단기 유학에서 많은 걸 배웠어.
미지의 환경, 새로운 것을 접하면서
내 안의 세계가 넓어지는 걸 느꼈어.

그건 정말 즐겁고 멋진 일이야.

그러니까 카린과 아이처럼
한번 부에서 활동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해 봐.

선배는 동호회를 그만둘 작정이에요?
우리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요?!

그렇지 않아. 난 너희 모두가 소중하니까,
누구보다도 더 너희의 팬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더 잘 생각해 보길 바라는 거야.

너희가 되고 싶은 스쿨 아이돌이 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게 뭔지 솔직한 마음으로 생각해 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똑같아. 답은 하나뿐이야.
너와 함께 하고 싶어. 네가 같이하자고 해서 시작한 일인걸.
그러니까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야.

카스밍도 그래요.
카스밍의 매력을 가장 잘 끌어낼 수 있는 건 선배니까요.

나도 여기 있고 싶어.
내가 되고 싶은 스쿨 아이돌은
여기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아.

카나타의 응석을 받아 주는 건 너밖에 없어.
그러니까 카나타는 너랑 같이 있을 거야~

우리와 함께 있어 줄 거지?

…정말 내가 있어도 될까?

네가 아니면 안 돼.

맞아요!

…고마워.

드러내 놓고 활동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최대한 힘을 보탤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보고.

시즈코는 어때? 다 같은 생각이지?

…하루만 생각해 봐도 될까요?

뭐어?! 무슨 소리야?! 시즈코는 배신하는 거야?!

그건 아니야!
그래도 선배가 잘 생각해 달라고 하니까,
난 시간을 들여 생각해 보고 싶어!

저도 시즈쿠와 같은 의견이에요.
혼자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요.

…나도.

시즈코, 리나코, 세츠나 선배까지… 남아 줄 거지?